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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공부
한시 작법 · 1장 · 2026-10-21 갱신

운서

『절운』과 『광운』에서 평수운 106운, 조선의 과시용·음운학 운서에 이르는 계보를 살피고 실제 창작에서 운서를 찾는 방법을 안내한다.

운서가 정리한 소리의 질서

한시(漢詩), 특히 당대(唐代)에 격식이 완성된 근체시(近體詩, 성률 규칙을 엄격히 지키는 정형시)를 읽거나 지을 때 가장 먼저 마주하는 도구는 운서(韻書, 한자를 소리와 운의 갈래에 따라 배열한 사전)다. 오늘날 한국어 독음으로 한시를 읽는 독자는 흔히 현대 한국어 한자음의 모음과 받침이 같으면 압운(押韻, 정해진 구절 끝에 같은 계열의 소리를 놓아 운율을 맞추는 일)이 성립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한시 작법에서 말하는 압운과 평측(平仄, 평성과 측성의 높낮이·장단 대비)은 현대 한국어 발음이나 현대 중국어 보통화(普通話)의 성조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옛 시인들이 공통의 규범으로 삼아 펼쳐 보던 전통 운서의 분류 체계를 따른다.

성모·운모·성조의 결합과 반절의 원리

전통 한자 음운학(音韻學)은 한 글자의 소리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 분석한다. 음절의 첫머리에 오는 자음인 성모(聲母, 첫소리), 성모 뒤에 이어지는 모음과 끝 자음(운미·韻尾)을 아우르는 운모(韻母, 가운뎃소리와 끝소리), 그리고 그 음절 전체에 얹히는 높낮이와 길이의 가락인 성조(聲調)가 그것이다. 압운이 성립한다는 것은 두 글자의 성모가 다르더라도 운모의 중심 울림과 성조의 갈래가 운서의 같은 묶음 안에 들어간다는 뜻이다.

발음 기호가 없던 시대에 운서가 개별 한자의 소리를 기록한 방식은 반절(反切, 두 한자의 음을 빌려 한 글자의 발음을 표기하는 전통 주음법)이었다. 반절은 ‘동, 덕홍절(東, 德紅切)’처럼 두 글자를 나란히 제시한 뒤, 앞 글자인 반절 상자(反切上字, 여기서는 德)에서 첫소리(성모)를 취하고 뒷글자인 반절 하자(反切下字, 여기서는 紅)에서 가운뎃소리·끝소리(운모)와 성조를 취해 두 요소를 하나로 합쳐 읽는 원리다[S01, S05]. 따라서 운서에서 같은 운 아래에 묶인 글자들은 운모·성조 분류를 공유하며, 창작자는 이 분류를 통해 눈앞의 글자가 시에서 어떤 소리의 자리에 놓이는지 확인했다.

여기서 한 가지 짚어 둘 점은 시를 지을 때 기준으로 삼는 시운(詩韻)의 체계와 특정 시대·지역의 구어(口語) 발음을 그대로 적은 음운 사전을 동일시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언어의 실제 발음은 세월이 흐르고 지역이 달라짐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지만, 문인들이 시를 주고받고 과거 시험을 치를 때에는 시대를 건너뛰어 합의된 표준 색인이 필요했다. 운서는 바로 그 문학적·제도적 합의를 담은 소리의 지도였다.

사성과 운부, 운목의 구조

전통 운서는 한자를 배열할 때 먼저 사성(四聲, 평성·상성·거성·입성의 네 가지 성조 갈래)으로 큰 틀을 나눈다[S01, S05]. 길고 평탄하게 이어지는 소리를 평성(平聲), 뒤로 갈수록 높아지는 소리를 상성(上聲),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소리를 거성(去聲), 끝소리가 ‘ㄱ·ㄷ·ㅂ’ 계통의 폐쇄음으로 짧고 촉급하게 닫히는 소리를 입성(入聲)이라 부른다. 근체시의 평측 규칙에서는 이 가운데 평성 하나를 ‘평(平)’으로 두고, 굴곡이 있거나 짧게 끊어지는 상성·거성·입성 세 가지를 묶어 ‘측(仄, 기울 측)’으로 맞세운다[S05, S25].

사성의 각 성조 안에서는 다시 운모의 울림이 같은 글자들을 하위 갈래로 묶는데, 이 묶음을 운부(韻部, 운서에서 같은 운으로 분류한 글자 집단)라 하고 각 운부의 맨 앞에 내세운 대표 표제 글자를 운목(韻目, 운을 구분하는 표제 이름)이라 부른다[S02, S05, S25]. 예컨대 평성 첫머리에 놓인 ‘동(東)’ 자 묶음은 운목 이름이 ‘동(東)’이 되고, 그 안에 ‘동(同)·공(空)·풍(風)·중(中)·홍(紅)’ 같은 글자들이 함께 수록된다.

『절운』에서 『광운』까지의 계보

수(隋)·당(唐)에서 북송(北宋)을 거쳐 금(金)·남송(南宋)의 평수운(平水韻)과 조선의 운서로 이어지는 역사는 흔히 생각하듯 한 권의 책이 다른 한 권으로 단순 교체된 직선적 계보가 아니다[S02]. 음운을 정밀하게 가려 적은 학술적 자서(字書)의 전통과, 과거 시험 및 실전 창작의 편의를 위해 운목을 합쳐 줄인 관운(官韻)·시운서의 흐름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전개되었다.

육법언의 『절운』과 남북 독음의 조율

현전하는 문헌 기록에서 후대 운서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으로 꼽히는 책은 수나라 인수(仁壽) 원년(601)에 육법언(陸法言)이 편찬한 『절운(切韻)』이다[S01, S02]. 육법언은 문제(文帝) 개황(開皇) 초기에 유진(劉臻)·안지추(顏之推)·소해(蕭該) 등 당대 남북의 석학 여덟 사람과 밤늦도록 음운을 논하고, 그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십여 년 뒤 『절운』 다섯 권을 완성했다. 육법언이 남긴 『절운서(切韻序)』에는 당시 편찬자들이 마주했던 지역별 발음 차이가 또렷이 적혀 있다.

吳楚則時傷輕淺,燕趙則多涉重濁。 — 육법언, 『절운서』 [S01]

남방인 오(吳)·초(楚) 지역의 발음은 때로 가볍고 얕은 데 치우쳐 탈이고, 북방인 연(燕)·조(趙) 지역의 발음은 무겁고 탁한 소리에 많이 흐른다는 지적이다[S01]. 이 구절이 보여 주듯 『절운』은 당시 장안(長安)이나 낙양(洛陽) 어느 한 지역의 방언을 있는 그대로 받아 적은 녹취록이 아니었다[S01, S02]. 남북 각지의 독음 차이와 옛 문헌의 전승음을 아울러 살피고 반절로 정밀하게 분별하여, 문인들이 시문을 지을 때 기댈 수 있는 규범적 음운 체계를 세운 것이다[S01, S02].

다만 육법언의 『절운』 원본은 오늘날 완전한 한 질로 전해지지 않는다. 현재 학계가 말하는 『절운』의 본문과 운목 수는 돈황(敦煌) 등지에서 발굴된 잔권(殘卷)과 후대 운서에 인용된 기록을 대조해 복원한 결과다[S02]. 일반적으로 육법언 원저의 운목은 193운으로 복원하는 견해가 널리 쓰이며, 당 중종(中宗) 신룡(神龍) 연간 왕인구(王仁昫)가 증보한 『간유보궐절운(刊謬補缺切韻)』 계열에는 195운 체계가 나타난다[S02].

손면의 『당운』과 북송의 관찬 운서 『광운』

당대에 들어 『절운』은 시문 창작과 과거 시험의 필수 참고서로 자리 잡으면서 수많은 주석본과 증보본을 낳았다. 그 흐름을 대표하는 당대의 증보 운서가 손면(孫愐)이 편찬한 『당운(唐韻)』이다[S02, S03]. 손면은 『당운서(唐韻序)』에서 당시 『절운』이 지녔던 위상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惟陸生《切韻》,盛行於世。 — 손면, 『당운서』 [S03]

오직 육법언의 『절운』만이 세상에 널리 행해지고 있다는 이 기록은 『절운』 계열이 당대 지식인 사회의 표준 운서였음을 뒷받침한다[S02, S03]. 『당운』의 성립 연대는 후대 인용에 기대어 당 현종(玄宗) 천보(天寶) 10년(751)으로 보는 설명이 통용되어 왔으나, 장씨 소장본(蔣藏本) 『당운』 잔권을 분석한 근래의 연구에서는 개원(開元) 21년(733) 무렵에 성립한 이른 판본 계통일 가능성을 제기하므로 단일 연도로만 단정하지 않는다[S02, S04]. 『당운』 역시 독립된 완질은 전하지 않으며 서문과 잔권, 후대 운서의 인용을 통해 그 모습을 살필 수 있다[S02, S04].

수·당의 『절운』과 『당운』 계열을 집대성하여 오늘날까지 완질로 전해지는 최고(最古)의 관찬 운서가 북송 진종(眞宗) 대중상부(大中祥符) 원년(1008)에 진팽년(陳彭年)·구옹(邱雍) 등이 왕명을 받들어 편찬한 『대송중수광운(大宋重修廣韻)』, 곧 『광운(廣韻)』이다[S05, S06]. 『광운』은 평성 글자가 많아 평성을 상·하 두 권으로 나누고 상성·거성·입성을 각 한 권씩 배정하여 총 5권에 206운목(평성 57운, 상성 55운, 거성 60운, 입성 34운)을 배치했다[S05, S06].

『광운』은 옛 운서들의 반절과 자해(字解, 글자 풀이), 성씨와 지명, 전고까지 풍부하게 수록한 학술적 자서이자 운서다[S02, S05, S06]. 그러나 운목이 206개로 지나치게 세분되어 있어 실제 시를 짓는 사람이 각 운목을 모두 독자적인 압운 단위로 삼기에는 현실적인 제약이 컸다. 이 때문에 『광운』 206운 체계를 후대의 평수운 106운과 똑같은 실용 시운표로 부르면 역사적 사실과 어긋난다[S02, S05, S06].

송·금의 관운과 평수운 106운의 성립

북송 조정은 『광운』을 펴낸 뒤에도 과거 시험 응시자들이 시험장에서 간편하게 찾아볼 수 있는 실용적인 규범 운서를 별도로 마련했다. 여기서부터 206운의 세밀한 분류가 실제 압운 단위인 106운 체계로 압축되는 전환이 일어난다[S02, S07, S08].

과거 시험용 『예부운략』과 동용·독용 규정

송 인종(仁宗) 경유(景祐) 4년(1037), 한림학사 정도(丁度) 등이 기존의 시험용 운서를 다시 다듬어 『예부운략(禮部韻略)』을 완성하자 조정은 이를 국자감(國子監)을 통해 전국에 반포했다[S04, S07]. 남송의 역사가 이도(李燾)가 편찬한 『속자치통감장편(續資治通鑑長編)』 권120에는 당시의 반포 사실이 간명하게 기록되어 있다.

詔國子監以翰林學士丁度所修禮部韻略頒行。 — 이도, 『속자치통감장편』 권120 [S07]

『예부운략』은 겉보기에는 『광운』과 똑같이 206운목을 유지했으나 두 책의 성격은 달랐다[S02, S06, S07]. 『예부운략』은 예부(禮部)가 주관하는 과거 시험의 답안 작성과 채점 기준을 세우기 위해 번잡한 주석과 벽자(僻字, 잘 쓰이지 않는 희귀한 글자)를 대폭 줄인 관용(官用) 도구였다[S02, S06, S07].

특히 과거 응시자들에게 중요했던 것은 각 운목 아래에 명시된 독용(獨用, 다른 운목과 섞지 않고 그 운목 안에서만 압운하도록 한 규정)과 동용(同用, 소리가 가까운 이웃 운목 두세 개를 한데 묶어 함께 압운하도록 허용한 규정)의 구분이었다[S02, S10]. 당대 이후 실제 음운 변화로 인해 『절운』·『광운』 시대에 구별되던 일부 운목들 사이의 소리 차이가 좁혀지자, 명목상의 206운은 유지하되 실제 시험에서는 동용이 허용된 이웃 운목들을 하나의 압운권으로 묶어 쓰는 관행이 제도화된 것이다[S02].

왕문울본 106운과 유연본 107운, ‘평수운’의 명칭

금(金)과 남송(南宋) 시대에 이르면 어차피 동용으로 함께 묶어 쓸 운목들을 굳이 206개로 쪼개어 적을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 시기에는 206운 계열을 통합해 줄이려는 여러 시도가 이어지면서 160운, 107운, 106운 등 서로 다른 편제의 운서들이 공존했다[S02, S08].

오늘날 한시 작법의 표준으로 통용되는 106운 체계의 성립과 관련해서는 두 인물의 저서가 핵심 사료로 꼽힌다. 하나는 금나라에서 평수(平水, 지금의 산시성 린펀 일대)의 서적 관리 관원이었던 왕문울(王文郁)이 펴낸 『신간운략(新刊韻略)』으로, 206운을 바로 106운으로 통합해 수록했다[S02, S08]. 왕문울본의 간행 연도는 연구 자료에 따라 정대(正大) 4년(1227) 또는 정대 6년(1229)으로 다르게 적혀 있어 어느 한 해로만 단정하지 않는다[S02, S08, S60]. 다른 하나는 남송 순우(淳祐) 12년 임자년(1252)에 평수 사람 유연(劉淵)이 펴낸 『임자신간예부운략(壬子新刊禮部韻略)』이다. 유연본은 원본이 전하지 않고 후대 기록으로만 알려졌는데, 상성(上聲)의 ‘증(拯)’ 운을 따로 두어 107운 체계를 취했다[S02, S06, S09].

오랫동안 통속적인 개설서에서는 유연의 107운본에서 ‘평수운’이 시작된 뒤 원대(元代)에 106운으로 줄었다고 설명해 왔으나, 왕문울의 106운본이 유연본보다 약 20여 년 앞서 간행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 책의 선후 관계와 명칭의 유래는 학계의 주요 논의 대상이 되었다[S02, S08, S09]. 한국에 소장된 고려·조선 판본 『배자예부운략(排字禮部韻略)』을 고찰한 연구에서도 이 책이 왕문울의 『신간운략』 106운 계통을 번각한 판본임이 확인된다[S08]. 따라서 왕문울본 106운과 유연본 107운은 밀접한 관련 계열이되 단순한 동일서의 이명(異名)으로만 설명할 수 없으며, 후대에 말하는 ‘평수운(平水韻)’은 어느 한 사람의 단일 서명이라기보다 106운 체계를 공유하는 여러 시운서 묶음을 가리키는 통칭으로 이해하는 것이 정확하다[S02, S08, S09].

운서 및 체계편찬·간행 시기편찬자권수 및 운목 수성격과 특징
『절운(切韻)』601년(수 인수 원년)육법언(陸法言)5권 · 원형 193운 복원(왕인구 증보본 계열 195운)남북과 고금의 독음을 절충해 반절로 분류한 운서의 기준점(완질 부전) [S01, S02]
『당운(唐韻)』751년 통설(733년 이른 판본설 병존)손면(孫愐)5권 · 『절운』 증보 계열당대에 널리 쓰인 『절운』 계열 운서(완질 부전, 서문·잔권 전승) [S02, S03, S04]
『광운(廣韻)』1008년(북송 대중상부 원년)진팽년(陳彭年)·구옹(邱雍) 등5권(평성 2권, 상·거·입 각 1권) · 206운현전 최고(最古)의 완질 관찬 운서 겸 자서 [S05, S06]
『예부운략(禮部韻略)』1037년(북송 경유 4년)정도(丁度) 등5권 · 206운(독용·동용 규정 명시)국자감에서 반포한 과거 시험용 관운, 주석과 벽자를 축소 [S04, S07]
『신간운략(新刊韻略)』1227년 또는 1229년(금 정대 연간)왕문울(王文郁)5권 · 106운동용 관행을 반영해 106운 체계를 확립한 평수운 계열 판본 [S02, S08, S60]
『임자신간예부운략』1252년(남송 순우 12년)유연(劉淵)107운(원본 부전)후대에 평수운 명칭을 널리 알린 107운본 계열 [S02, S06, S09]

조선의 운서와 선비들이 펼쳐 놓은 책

고려 후기에 수용된 평수운 계열의 운서는 조선 시대에 들어 과거 시험(과시·科試)과 일상적인 시문 창작, 나아가 한자음 연구의 핵심 도구로 발전했다. 조선의 문인들이 책상 위에 놓았던 운서는 그 목적에 따라 과시용 휴대 운서, 한·중 음운 대조 운서, 그리고 시어와 전고를 찾는 유서로 갈래가 나뉜다[S10, S12, S14, S16, S17].

과시용 운서 『삼운통고』와 『증보삼운통고』

조선 시대 선비들이 과거 시험장이나 시회(詩會)에서 가장 널리 펼쳐 보았던 실용 운서는 『삼운통고(三韻通考)』다[S10]. 이 책은 편자와 최초 편찬 연대에 관한 기록이 남아 있지 않으나, 조선 초기부터 수백 년 동안 거듭 간행되며 과시용 운서의 대명사로 유통되었다[S10].

『삼운통고』의 가장 큰 외형적 특징은 책 한 면을 가로로 세 단(三段)으로 나누어 위로부터 평성·상성·거성의 상응하는 운목을 나란히 배치한 ‘삼중운(三重韻)’ 체재에 있다[S10]. 기존의 중국 운서들이 평성 권, 상성 권, 거성 권을 따로 묶어 글자 하나를 찾을 때마다 여러 권을 뒤적여야 했던 불편을 덜기 위해, 같은 음운 계열의 평·상·거성 글자들을 한 페이지 안에서 한눈에 대조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이다(입성은 책 뒤에 따로 모았다). 또한 초기 『삼운통고』에는 반절 표기나 한글 주음(註音)이 달려 있지 않고 간략한 한자 뜻풀이만 적혀 있어, 이미 기본적인 한자 독음을 익힌 식자층이 해당 글자의 성조와 운목 소속을 빠르게 확인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S10].

세월이 흐르며 『삼운통고』에 빠진 글자와 주석을 보완하려는 요구가 커지자, 18세기에는 박두세(朴斗世)의 『삼운보유(三韻補遺)』를 바탕으로 김제겸(金濟謙) 등이 글자와 입성 항목을 대폭 보강한 목판본 『증보삼운통고(增補三韻通考)』가 간행되어 널리 쓰였다[S11]. 다만 『삼운통고』가 과시 현장에서 운자와 한자음을 확인하는 도구로 쓰였다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그것만으로 당시 선비들이 시를 지을 때 어떤 구상 순서를 따랐는지나 개별 작가가 특정 작품을 쓸 때 어느 판본을 펼쳤는지까지 단정할 수는 없으므로 개인 문집이나 일기 등 별도의 기록을 함께 살펴야 한다[S10, S11, S16].

화음·동음의 병기와 『규장전운』의 사단 편제

18세기 영·정조 대에 이르면 『삼운통고』의 실용적인 다단 배열을 이어받으면서도, 훈민정음(언문)을 활용해 중국음과 조선 한자음을 정밀하게 대조·교정하려는 음운학적 운서들이 잇달아 편찬된다[S10, S12, S14, S15, S16].

영조 23년(1747) 박성원(朴性源)이 편찬한 『화동정음통석운고(華東正音通釋韻考)』는 각 한자 아래에 당시 중국음인 화음(華音)과 우리나라 한자음인 동음(東音)을 한글로 나란히 표기하여 두 음운 체계를 대조할 수 있게 한 책이다[S12, S15]. 비슷한 시기인 1746년에 홍계희(洪啓禧)가 편찬을 마치고 영조 27년(1751)에 간행한 『삼운성휘(三韻聲彙)』 역시 『삼운통고』의 삼단 배열을 계승하면서 각 운 안의 한자들을 한글 자모(字母) 순서로 재배열하고 화음과 동음을 한글로 정밀하게 달았다[S13, S14, S15]. 두 책은 외형상 삼단 체재를 공유하더라도 기록한 동음 체계의 세부 내용에는 같고 다른 점이 함께 나타나므로, 조선 후기 운서들을 하나의 단일한 ‘작시 운서’로 뭉뚱그려서는 안 된다[S14, S15].

이러한 조선 후기 운서 편찬 사업을 국가 표준으로 마무리한 책이 정조(正祖)의 명으로 편찬되어 정조 20년(1796)에 간행된 어정(御定) 『규장전운(奎章全韻)』이다[S10, S12, S16]. 『규장전운』은 평수운 106운에 속하는 1만 960여 운자를 수록하면서, 기존 『삼운통고』 계열의 삼단 배열(평·상·거)에 책 뒤에 떨어져 있던 입성(入聲)까지 끌어와 한 면을 위아래 네 단으로 나눈 ‘사단(四段) 편제(평·상·거·입)’로 바꾸었다[S10, S12, S16]. 이로써 이용자는 책을 한 번 펼치는 것만으로 사성 전체의 상응하는 운목과 한글 동음·화음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되었다.

전고 유서 『패문운부』와 휴대용 시운서 『시운집성』

글자 한 자의 운목과 성조를 확인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시구를 다듬으며 그 운자로 끝나는 고전 어휘와 전고(典故, 옛 문헌의 고사나 유래 있는 말)를 찾고자 할 때 문인들이 펼친 책은 성격이 또 달랐다. 그 대표적인 저작이 청나라 성조(聖祖) 강희(康熙) 50년(1711)에 장옥서(張玉書) 등이 칙명을 받아 편찬한 거질 『패문운부(佩文韻府)』다(후대 사고전서 편찬 때 444권으로 나누었다)[S17, S18].

강희제의 어제서(御製序)에 밝혀져 있듯 『패문운부』는 원대의 『운부군옥(韻府群玉)』과 명대의 『오거운서(五車韻瑞)』를 밑바탕으로 삼아 증보한 책이다[S18]. 평수운 106운의 각 운자 아래에 그 글자로 끝나는 두 글자·세 글자·네 글자 어휘들을 모으고, 경서·사서·시문에서 해당 어휘가 쓰인 용례와 대구(對句)를 망라했다[S17, S18]. 따라서 『패문운부』의 ‘운부(韻府)’라는 이름은 평수운 순서로 배열했다는 외형을 뜻할 뿐, 그 본문 기능은 압운 허용 여부를 판정하는 운목표가 아니라 시어와 전고를 검색하는 대규모 유서(類書, 백과사전식 자료집)에 가깝다[S17, S18].

한편 청대 후반부터 근대기에는 『패문운부』처럼 방대한 유서를 휴대하기 어려운 창작자들을 위해 평수운의 각 운목 아래에 자주 쓰이는 시어와 간략한 작시 용례만 추려 모은 소형 시운서들이 널리 보급되었다. 『시운집성(詩韻集成)』이나 『시운합벽(詩韻合璧)』 같은 책이 그러한 유형인데, 특히 『시운집성』이라는 서명은 청말·근대에 여러 서원이 서로 다른 편집본에 두루 붙인 이름이므로 판본을 특정해 보아야 한다. 서지학적으로 식별이 분명한 판본으로는 광서(光緒) 3년(1877) 서문이 실려 있고 여조(余照)가 엮고 장개지(張介之)·송서향(宋書鄉)이 교정하여 상해 삼원당(三元堂)에서 펴낸 10권 4책 활자본을 들 수 있다[S19].

운서를 읽고 찾는 법과 오늘의 공개 자료

운서의 역사를 살폈다면, 이제 실제로 한시를 읽거나 지을 때 평수운 106운의 표제와 수록 항목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구체적인 방법을 확인할 차례다.

상평·하평의 구분과 운목 이름 읽기

평수운 106운은 사성에 따라 상평성(上平聲) 15운, 하평성(下平聲) 15운, 상성(上聲) 29운, 거성(去聲) 30운, 입성(入聲) 17운으로 이루어진다[S09, S25]. 근체시는 원칙적으로 평성으로 압운하므로 상평 15운과 하평 15운을 합친 ‘평성 30운’이 압운의 주된 무대가 되고, 상성·거성·입성을 합친 76운이 측성이 된다[S09, S25].

여기서 입문자들이 가장 흔히 겪는 오해가 ‘상평(上平)’과 ‘하평(下平)’을 소리의 높낮이나 성조의 차이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상평과 하평은 ‘높은 평성’과 ‘낮은 평성’이라는 발음 구분이 결코 아니다[S06, S09, S25]. 한자 가운데 평성에 속하는 글자가 다른 성조에 비해 훨씬 많았기 때문에, 『광운』 이래 운서를 묶을 때 평성 부분을 상권(上卷)과 하권(下卷) 두 권으로 나누어 실은 편집상의 권차 구분일 뿐이다[S05, S06, S09, S25]. 성률상 상평에 속한 글자와 하평에 속한 글자는 똑같은 평성(平)이다.

운목의 이름을 읽을 때는 ‘소속 권(성조) + 그 권 안의 배열 순번 + 대표 운목 글자’를 차례로 붙여 읽는다[S09, S25].

  • 상평 일동(上平 一東): 상평성 권의 첫 번째(一) 운목이며 대표 글자가 ‘동(東)’인 묶음이다.
  • 하평 십일우(下平 十一尤): 하평성 권의 열한 번째(十一) 운목이며 대표 글자가 ‘우(尤)’인 묶음이다. 당대 시인 왕지환(王之渙)의 오언절구 〈등관작루〉(登鸛雀樓)에서 제2구 끝 ‘류(流)’와 제4구 끝 ‘루(樓)’가 바로 이 하평 십일우 운목에 함께 속하여 압운을 이룬다.
  • 상성 사지(上聲 四紙), 거성 일송(去聲 一送), 입성 일옥(入聲 一屋): 각각 상성·거성·입성 배열 안의 순번과 대표 글자를 가리키며, 평측표에서는 모두 측성(仄)으로 판정한다[S09, S25].

중국 당대의 왕지환이나 맹호연(孟浩然)뿐 아니라, 신라 말의 최치원(崔致遠)과 고려의 정지상(鄭知常)을 비롯한 한국 한시 작가들의 압운도 후대의 이 운목 체계로 대조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어 독음으로는 ‘루(樓)’와 ‘류(流)’, 혹은 ‘진(塵)’과 ‘빈(貧)’의 소리가 서로 달라 보이지만, 운서에서 같은 운목 아래에 묶여 있는 동운(同韻, 같은 운목에 속해 함께 압운할 수 있는 관계) 글자이기에 한 시에서 나란히 운각(韻脚, 압운하는 구절의 맨 끝 글자)에 놓일 수 있는 것이다[S05, S25].

다음자 확인과 동운·통운의 경계

운서를 찾을 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한자 하나가 오직 하나의 운목과 하나의 성조만 가진다고 단정하지 않는 일이다[S25, S41]. 하나의 한자가 문맥의 뜻이나 품사 역할에 따라 둘 이상의 운목에 나뉘어 실리는 다음자(多音字)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S25, S41].

가장 대표적인 예가 부정사로 자주 쓰이는 ‘불(不)’ 자다. 전통 운서에서 ‘불(不)’은 평성(하평 십일우[十一尤]), 상성(상성 이십오유[二十五有]), 입성(입성 오물[五物])에 모두 항목이 올라 있다[S25, S41]. 그러나 한시 구절에서 ‘아니다·않다’라는 부정의 뜻으로 쓰일 때에는 입성 오물(五物) 운의 독음으로 읽어 측성(仄聲)으로 처리하는 것이 통상적인 판정이다[S25, S41]. 만약 문맥을 살피지 않고 어떤 표의 기본값이 평성으로 되어 있다고 해서 부정사 ‘불(不)’을 평성으로 읽으면 구절 전체의 평측 판정이 어긋나게 된다[S25, S41]. 이처럼 다음자가 시의 평측과 압운에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은 이어지는 평측 규칙과 작례에서 실제 시구를 통해 자세히 살핀다.

아울러 한 시의 운각이 모두 하나의 운목만 끝까지 지키는 일운도저(一韻到底)와 동운(同韻)이 근체시 정격의 기본이지만, 고체시(古體詩)나 특정 시체의 첫 구 압운 등에서는 소리가 가까운 이웃 운목을 넘나들며 압운하는 통운(通韻)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S02, S07, S10, S25]. 다만 역사적 자료에 따라 ‘통운’과 관운 규정의 ‘동용(同用)’을 구분하는 기준이 다를 수 있으므로, 근체시를 처음 짓는 단계에서는 한 시 안에서 하나의 평수운 운목을 일관되게 지키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S02, S07, S10, S25].

오늘 쓸 수 있는 디지털 운서 자료와 한시나루 데이터

오늘날에는 고전 운서와 시문을 디지털 환경에서 직접 대조하며 공부할 수 있는 공개 자료들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온라인에 공개된 고전 텍스트라 하더라도 원전(고적 자체)의 공공영역(Public Domain) 지위와 디지털 전사본·웹사이트의 이용 조건은 서로 다르므로 이를 구분해 활용해야 한다[S21, S22].

  • 중국철학서전자화계획(Chinese Text Project): 북송 관찬 『광운』의 원문과 서문, 반절 표기를 권차별로 열람할 수 있다. 밑바탕이 된 고적 원문은 공공영역에 속하지만 사이트 차원에서 자동화된 대량 다운로드를 금지하므로 개별 열람과 대조 용도로 사용한다[S05, S21].
  • 위키문고(Wikisource): 『당운서』를 비롯한 고전 서문과 시문 원전이 수록되어 있으며, 고전 원문은 공공영역이고 사이트의 디지털 전사 텍스트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동일조건변경허락(CC BY-SA 4.0) 정책을 따른다[S03, S22].
  •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e-규장각: 『삼운통고』·『증보삼운통고』·『화동정음통석운고』·『삼운성휘』·『어정규장전운』 등 조선 시대 운서들의 서지 해제와 원문 영인 이미지를 열람하여 삼단·사단 편제와 한글 주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다[S10, S11, S12, S13, S16].

한시나루의 한시 쓰기 화면과 격률 검사기는 내부 런타임 자료인 평수운 데이터(pingshui_yun.json)를 사용해 106개 운목 그룹(groups, 평성 30운·측성 76운)과 8,550자의 기본 글자 대응표(char_map)를 제공한다[S25]. 이 자료는 초고 작성과 운목 검색을 빠르게 돕지만 두 가지 한계를 함께 지니고 있다. 첫째, 기본 글자 대응표(char_map)는 글자마다 하나의 대표 읽기만 담아 두었고 일부 한자를 수록하지 않았으므로, 여러 성조를 가진 다음자는 반드시 106개 운목 그룹(groups) 전체의 다중 독음과 시구의 문맥을 함께 대조해야 한다[S25]. 둘째, 현재 데이터 파일의 출처 메타데이터(meta.source)는 옛 로컬 문서 파일 이름만 가리키고 있어 그 원판본이 왕문울본·유연본·후대 시운서 가운데 어느 판본 계통에 직접 기대고 있는지는 미확인 상태로 남아 있다[S25]. 따라서 자동 검사기의 표시를 절대적인 최종 판정으로 삼기보다, 의심스러운 글자는 원전 운서와 용어 사전의 기준을 함께 찾아보며 확인하는 태도가 바람직하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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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09] 고궁박물원 편, 「평수운(平水韻)」, 고궁박물원 온라인 사전 항목(2026-10-21 확인). (등급 C, 개설 사실만 교차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6 ↩7 ↩8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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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11] 김제겸(金濟謙) 등 편, 『증보삼운통고(增補三韻通考)』, 18세기 목판본,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소장 목록(청구기호 GI40460_00). (등급 C, 소장 목록 정보 참조)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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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41] 운전망(韻典網) 편집진, 「불(不) 자 다음독 항목」, 온라인 음운 데이터베이스(2026-10-21 확인). (등급 C, 음운 사실 확인) 인용으로 돌아가기 ↩1 ↩2 ↩3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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